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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정보/가십거리

지니어스 딜러 홍지연 인터뷰 내용




뺄 줄 알았는데 그대로 나간 장면이 있나.
홍지연
: 시즌 1의 5 대 5 게임에서 이상민 씨가 명제를 쓰다가 철자를 틀렸을 때. 그때 작가님이 이어폰으로 철자 확인해달라고 해서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한 글자를 가리키면서 “얘요?” 했는데 이상민 씨가 갑자기 막 지우더라. 나도 뭐가 틀렸는지 몰라 너무 당황했고 이상민 씨도 계속 썼다 지웠다 하면서 둘 다 ‘멘붕’에 빠졌다. 난 당연히 이상민 씨만 화면에 잡힐 줄 알았는데 나까지 다 나갔더라.

사실 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보인 것 같다. 방송 초반에는 플레이어의 인사도 안 받는 냉정한 딜러였는데 의외로 ‘허당’ 같은 모습을 보여준 거다. 시즌 1에서 성규가 누나라고 불렀을 때도 그랬고.
홍지연
: 성규 씨는 너무 예쁘게 생겼다. (웃음) 예의도 진짜 바르더라. 녹화 전에 대기하고 있으면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다 챙기고 딜러들한테도 인사를 건네서 안 그래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누나, 누나 하니까 너무 흐뭇했다. 성규 씨한테는 차갑게 대하지 못하겠고 딱딱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더라. 하지만 보통은 규칙상 플레이어들에게 말을 못 하니까 그분들을 너무 차갑게 대하게 됐고 그게 정말 죄송했다. 왜 나한테만 차갑게 구느냐며 가끔 서운해하는 플레이어분들도 있어서 작가님들한테 말했더니 그 이후엔 말은 해도 되지만 웃지만 말아달라고 하더라.

방송을 같이 하면서 플레이어들과 정도 들었고 그들을 관찰하기 때문에 냉정하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도 생길 것 같다. 
홍지연
: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이두희 씨처럼 배신도 안 밉게 하면서 돌아다니는 거 보면 신기하고 남휘종 씨는… 아, 정말 그분 어쩌나. (웃음) 사자가 좋은 게 아닌데 카드 받자마자 딜러들한테 “그냥 빨리 쉬시죠. 게임 끝났어요” 해버리니까 걱정 많이 했었다. 아, 얼마 전 7계명 게임을 할 때 노홍철 씨가 유정현 씨 개인법안 쪽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니까 갑자기 발로 밟으면서 감추지 않았나. 그때 카메라엔 안 잡혔지만 노홍철 씨와 눈이 마주쳤다. 당황해서 입을 앙 다물고 이어폰으로 제작진에게 “즈금 노홍철 쓰가 밟았습느다” 했더니 그냥 두라고 해서 눈을 돌렸다. 노홍철 씨도 눈치채고 다시 게임을 하더라. 딜러 입장에서는 그런 걸 목격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

홍진호가 시즌 1에서 오픈 패스 게임을 하면서 필승법을 알아냈는데, 그런 결정적인 순간을 옆에서 지켜볼 때는 어떤가. 
홍지연
: 홍진호 씨는 게임을 들으면 바로 이해하고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데, 정말 천재적이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라 전제하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에 비해 임요환 씨는 (웃음) 아직까지는 많이 안타깝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게임은 안 풀린다. 7계명 게임을 할 때도 플레이어들 칩 개수와 색깔을 일일이 다 적으시더라. 마침 휴대폰도 지급된 회 아니었나. 그래서 속으로 ‘제발 사진을 찍으세요’ 하다가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냥 사진을 찍으십시오”라고 해버렸다. 

관찰을 하며 진행도 해야 하는데 시즌 2의 자리 바꾸기 게임처럼 아비규환일 때는 정신없겠다. 
홍지연
: 그땐 모든 플레이어들이 딜러 바로 앞에서 옥신각신했다. 자리 바꾸는 건지 물어보면 서로 시간 끌며 아니라고 하고. 얼마나 재미있던지. 특히 노홍철 씨는 너무 목소리가 커서 내가 진행하기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방송을 보니 플레이어들에게 둘러싸인 내 모습이 웃기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캡처해놨다. 같이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런 느낌이 들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도 생기겠다. 
홍지연
: 당연하다. 내가 스태프 중 한 명 같기도 하다. 실제 녹화 때 서로 짐도 나르고 같이 일한다. 우리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드니까 게임도 잘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아이디어를 내게 되고 플레이어분들에게도 정을 준다. 시즌 2 첫 회에서 이상민 씨가 혼자 시즌 1 사람들을 그리워하지 않았나. 그때 나도 괜히 그분들이 보고 싶더라. 물론 성규 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웃음)

보통 딜러로 일할 때는 이런 감정을 느끼기 어렵지 않나.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서 딜러를 하는 게 더 특별할 것 같은데. 
홍지연
: 제작진과 플레이어 사이에 있는 중간자적인 입장이지만, 딜러도 게임에 영향을 미친다.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내가 한마디 한 걸로 게임이 갑자기 바뀐다. 오픈 패스를 할 때도 딜러 진행 멘트에서 홍진호 씨가 힌트를 얻은 거고. 그럴 때처럼 내가 한마디 한마디 정확하게 하고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풀어가는 순간이 나한테는 특별하다. 데스매치 할 때 특히 그런 걸 많이 느낀다. 내가 섞는 카드 한 장으로 승패가 갈리니까.


분명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방송에서 소위 원샷이 잡히는 건 부담스럽지 않나. 
홍지연
: 그렇진 않다. 일하면서 날 알아보는 고객님들이 있으면 농담도 더 할 수 있고 좋지. (웃음) 그리고 어릴 때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해봤다. 초등학교 때는 연기를 준비하면서 잠깐 아역으로도 활동했고 잡지에 나가는 게임기 광고도 했다. 근데 그땐 친구들이 날 알아보는 게 너무 싫어서 다 밀어냈는데 고등학교 때 모델 일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이후엔 배 아가씨 대회도 나갔고 딜러 일 하면서 미스코리아 대회도 나갔다. 미스코리아는 사실 별생각이 없었는데 회사에서 알아서 원서 써서 보냈더라. (웃음) 그때 미스 강원 선이 됐고 본선에서는 우정상을 탔다. 하필 LA나 호주에서 온 애들과 같이 방을 써서 걔네들한테 볶음밥도 해주고 아침에 깨워주기도 했거든.

그럼 딜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홍지연
: 얼떨결에 하게 됐다. 원래 집이 서울인데 대학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중에 엄마가 카지노 딜러가 특이하고 전망도 좋은 직업이니까 해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별로인 것 같아 엄마랑 한바탕 싸우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는데, 친구들이 강원랜드에서 공짜로 딜러 육성해서 전국으로 보내주니까 그때 서울로 오면 된다고 하더라. 솔깃해서 바로 공채에 지원했다. (웃음) 그리고 면접 볼 때는 만약에 합격되면 교육생 중 몇 차로 들어오고 싶냐 하길래 아르바이트해서 돈 좀 모아놓고 맨 나중에 오겠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날 특이하게 봤다고 하더라. 근데 막상 들어오니 내가 너무 못하는 거다. 카드 한번 만져본 적도 없어서 매일 울면서 연습했다. 3개월 교육받고 인턴이 됐는데 그래도 다행히 점점 잘하게 됐다.

그렇게 딜러로 10년 넘게 살고 있는 본인에게 <더 지니어스>의 딜러는 어떤 의미가 되는 것 같나. 
홍지연
: 워낙 일 벌이는 걸 좋아해서 가만히 있질 않는 편이이기도 하지만, 이 방송 하면서 공부하고 싶은 게 생겼다. 아나운서 공부까지는 아니어도 발음 교정하는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 그거 꼭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면 좀 더 멋있게 스피킹할 수 있을 것 같고. 요가도 하면서 성격을 차분하게 만들고 싶다.

실제 딜러와 비교했을 때 <더 지니어스> 딜러만의 매력은 뭘까.
홍지연
: 카지노는 돈이 오가는 곳이라 보람을 느낄 일은 크게 없다. <더 지니어스>는 그에 비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걸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것 같다. 플레이어마다 특성이 다 있다. 임요환 씨는 사람을 못 데려와서 열심히 하지만 게임은 잘 안 풀리는 것 같다. 유정현 씨는 정말 어른처럼 사람들을 맞춰주는 게 인상적이고. 그렇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매일 쉬지도 못하면서 치열하게 일과 방송을 겸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플레이어들이 열심히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 또한 자극이 될 것 같다.
홍지연
: 사람들이 되게 멋지다. 그냥 게임만 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정말 자기 일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는 프로들이더라. 노홍철 씨는 녹화장에서 굉장히 산만하고 목소리도 큰데 잠깐 쉴 때 보면 본인도 녹초가 된다. 눈도 빨개져 있으니까 안쓰러울 때도 있다. 근데 방송 다시 시작하면 바로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준다. 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그래서 시즌 3이 만들어지면 그때도 딜러를 꼭 해보고 싶다. 게임을 하는 이런 플레이어들을 계속 옆에서 보고 싶거든.